▦ 좋은글과 음악 ▦/영상시
그 바다의 에필로그 / 최정신 (목소리 허무항이) 바닷길 33K 곧게 뻗은 방조제를 달리며 들었네 콘크리트 마성의 갈기에 찢긴 슬픈 아가미의 절규를, 푸르게 철석이던 심장을 쩍, 갈라 토장(土葬)된 숨들의 비애를 한 바당 출렁이던 생살이 찢겨져 영겁을 부르던 포말의 노래는 목줄이 끊겼네 은빛 윤슬이 산란하던 꿈도 너울도 차진 갯벌을 먹어치우던 순한 목숨들도 길을 잃고 말을 잃었네 고군산 군도 고독을 입질하던 남정과 함께하던 여는 다 어디로 숨었는가 얻은자는 잃은자의 슬픔을 모르듯 신시도와 야미도 애끓던 그리움은 연리지로 만났지만 내정된 간척지는 아직도 제 몸이 바다였던 기억을 되새김질 하고 있네 한 때 뭍으로 살고 싶던 소망은 제 모든 것 헌사 하고서야 얻어 낸 전리품인 매립지 새만금이 쏟아질 날은 언제 쯤일지 천 년을 울어 짜낸 짭조롬한 품 속에 거룻배 몇 척, 안간힘으로 품고 있네 한센병 코처럼 뭉개진 섬은 이름도 흔적도 빼앗겨 섧다는데 무심한 서녘 하늘은 농익은 홍시를 으깨 한 입 베어무네